[GB컬처신문 기자] 10월이면 지구촌 곳곳은 축제의 열기로 들썩인다. 음악, 영화, 음식, 예술을 중심으로 한 이 축제들은 단지 관람의 대상이 아니다. 각국의 문화적 정체성과 시대 정신이 부딪히고 섞이는 이 장은 세계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우리는 그 안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다.칸 영화제, 베니스 비엔날레, 뮌헨 맥주축제, 브라질 삼바 카니발 등은 이제 단순한 지역 행사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화 권력의 중심이 됐다. 이곳에 모이는 콘텐츠는 그 시대의 메시지를 담고, 참여국은 국가 브랜드를 증명하려 한다. 관람객은 감상의 차원을 넘어 문화의 방향성과 정체성의 확산을 경험한다. 세계는 축제를 통해 현재를 읽고, 미래를 상상한다.축제의 본질은 표현이다. 예술가가 정치적 현실을 전복하는 무대를 만들고, 관람객은 비판과 환호로 시대에 응답한다. 젠더, 환경, 인종, 전쟁과 평화 등 첨예한 주제들은 점점 더 많은 축제에 중심 서사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처럼 지역색이나 유흥에만 집중했던 무대는 줄고, 이제는 메시지를 담지 못하면 주목받지 못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그러나 세계적인 축제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여전히 한정적이다. K-팝과 영화가 세계를 사로잡았지만, 다층적 예술성과 철학을 요구하는 무대에서는 깊이 있는 인상보다 일시적 유행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지속가능한 문화 강국으로서 위상을 확보하려면, 흥행성 뒤에 숨어 있는 이야기의 본질을 스스로 묻고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우리는 세계적인 축제에서 단지 ‘보는 자’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보여주는 자’로 거듭날 것인가. 축제는 세계와 대화하는 방식이다. 그 대화에서 침묵한다면, 결국 우리의 이야기는 다른 이들의 언어로 쓰일 뿐이다. 한국이 세계 문화 대화의 중심에 서려면, 지금 이 축제의 장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말할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조상배 기자 chobs507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