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컬처GB신문] 아침 9시, 차 안의 히터가 따뜻하게 올라온다. 운전대 너머로 보이는 산등성이엔 하얀 서리가 앉아 있다. “이 공기, 진짜 문경 냄새네.” 뒷좌석 친구의 말에 모두 고개를 내민다. 차창 밖으로는 감나무 가지에 매달린 감들이 주황빛으로 햇살을 받으며 반짝인다.고속도로를 빠져나와 문경새재 톨게이트를 통과할 즈음, 차 안에서는 이미 노래가 흐르고 있었다. 7080의 기타 선율이, 젊은 날의 추억을 끄집어냈다.“리조트의 첫 공기, 여유가 스민다” STX리조트에 도착한 시간은 10시 반. 문이 열리자 푸른 소나무 향이 밀려 들어왔다. 짐을 맡기고 산바람을 마시며 한숨 돌리니 몸보다 먼저 마음이 내려앉는다. “야, 이런 데서 회의 말고, 인생 회의 좀 해야겠다.” 그 말에 다들 한바탕 웃었다. 주말 아침답지 않게, 모두의 얼굴에는 시간의 여유가 번졌다.
“계곡으로 가는 길, 대화가 피어나다” 점심을 마치고, 선유동천으로 향하는 차 안. 창문 너머로 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가을의 마지막 잎새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라디오에서는 ‘옛 친구에게’가 흘러나왔고, 한 친구가 문득 말했다. “그때 우리, 지리산에서 폭우 맞던 거 생각나냐?” 순간 차 안에 웃음이 터졌다. 그때 젖었던 운동화, 잠 못 이루던 산장, 모두가 같은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이동 시간은 30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길 위엔 ‘시간 여행’이 흘렀다.
“선유동천, 길 위의 침묵과 웃음” 운강 이강년기념관(22세 때인 1880년(고종17) 3월6일(음력)에 정시 무과에 합격하여 종 6품인 절충장군 행용양위부사과(折衝將軍 行龍驤衛副司果)에 올라 선전관(宣傳官)이 되었으나 임오군변과 갑신정변 등 정국의 혼란과 친일파의 행동에 분격하여 1884년 벼슬을 버리고 고향에 은거하였다)에 도착하니 계곡 물소리가 맞아준다.
첫 발을 내딛자 바람이 차지만 상쾌하다. 바위 위엔 오래된 시구가 새겨져 있었고, 그 글씨 위로 낙엽이 포개져 있었다. 걸음은 천천히, 대화는 느리게 이어진다. “우리가 이 나이에 이렇게 걷고 있다니.” “그게 인생 아니냐, 결국 돌아오는 길.”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학천정에 도착했을 땐, 계곡 위로 햇살이 반쯤 걸쳐 있었다. 온 세상이 고요했지만, 그 고요 속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 — 서로의 숨소리, 웃음소리, 그리고 계절의 기척이 있었다.
“스파의 김 속에서 이어진 이야기” 리조트로 돌아와 온천에 몸을 담그자 누군가 말했다.“야, 우리 이거 정례화하자. 매년 문경 한 번씩.” 말끝에 김이 피어오르고, 온천수 위로 웃음이 번졌다. 히노끼탕의 향과 계곡의 기억이 뒤섞였다. 피로는 풀리고, 마음은 더 가까워졌다.“문경새재, 역사 위의 발자국” 둘째 날 아침, 리조트 주변은 살짝 얼어 있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승용차로 20분, 문경새재 도립공원에 도착했다.
제1관문 주흘관, 그리고 3km 뒤에 이어지는 조곡관. 조선시대 선비들이 한양으로 향하던 그 길을 이제는 등산객과 여행자가 대신 걷고 있다.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고, 하얀 서리가 햇빛에 녹으며 반짝인다. “역사가 흐르는 길 위에서, 겨울이 시작된다.” 누군가의 말처럼, 그 길 위엔 과거와 현재가 함께 있었다.
“사람의 온기로 여행을 마무리하다” 문경중앙시장에 들렀다. 막창이 구워지는 소리, 곰탕 국물의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정겨운 인사. 한 그릇의 국밥 속에 문경의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겨울의 시작점에서 걸은 이틀. 그 길은 계절을 보는 여행이 아니라,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는 여행이었다.글│컬처GB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