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도시마다 축제의 물결이 이어진다. 그 시작은 종종 거리의 한 장짜리 포스터다. 겉으로는 단순한 안내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시대의 공기와 도시의 정체성이 스며 있다. 포스터는 어느덧 사회 변화의 가장 직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기록물이 됐다.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축제 포스터는 ‘○○시 주최’, ‘○○군 후원’ 문구가 중심을 차지했다. 행정기관이 행사의 주인임을 강조했고, 시민은 수동적 관람자였다. 그러나 요즘 포스터의 중심에는 사람의 얼굴, 지역의 풍경, 참여를 독려하는 문장이 자리 잡는다. 주최 측은 뒷전으로 밀리고, 시민이 주체로 나선다. 축제의 중심축이 ‘누가 열었느냐’에서 ‘누가 함께하느냐’로 옮겨간 것이다.슬로건도 변했다. 과거의 “○○의 맛과 멋”, “△△을 찾아서”처럼 지역 홍보 일변도에서 벗어나 “함께 걷다”, “다시 피어나다”, “우리의 일상으로” 같은 감성적 표현이 눈에 띈다.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관광보다 관계를, 소비보다 공감을 원한다. 축제는 단순한 경제 행사를 넘어 심리적 치유의 공간이 되고 있다.디자인도 조용히 달라졌다. 과거 포스터는 원색의 과잉과 과장된 글씨로 시선을 잡았다. 지금은 여백을 살리고, 톤 다운된 색감에 손 글씨체를 활용한다. 정보 과잉 시대에 조용한 감성으로 메시지를 전하려는 흐름이다. 포스터는 더 이상 정보를 나열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을 해석하고 공유하는 매개체로 진화했다.하단의 후원 및 협력 로고는 산업 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예전에는 시청, 군청, 농협이 주였지만, 요즘은 청년단체, 스타트업, 콘텐츠 기업, 지역대학 등 다양한 주체가 등장한다. 축제가 단발성 이벤트에서 지역 문화산업 생태계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행사는 끝나도 그 기반은 남고, 축제는 도시의 미래 전략이 된다.이제 포스터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도시의 철학, 시민의 감정, 산업의 방향성까지 한 장의 종이에 스며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이 작은 인쇄물은 여전히 사회의 온도계를 자처한다. 축제 포스터를 읽는다는 것은 시대를 읽는 일이며, 결국 사람을 읽는 일이다.그 안에는 함께 웃고, 함께 변해가는 ‘우리의 지금’이 담겨 있다.컬처GB신문 발행인 칼럼니스트
최종편집: 2026-04-20 03: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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