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컬처GB신문] "이번 여행 콘셉트는 딱 정했다. `잘 먹고, 잘 걷고, 푹 쉬기`다!" 단풍이 절정을 지나 낙엽으로 내려앉던 11월의 주말, 초등학교 동창 8명이 경북 영주에 모였다. 직장 생활을 하랴, 자식 키우라 앞만 보고 달려온 50대 가장과 워킹맘들. 오랜만에 명함도, 직함도 떼어놓고 오직 `친구`라는 이름으로 뭉친 이들의 표정은 수학여행을 앞둔 아이들처럼 들떠 있었다. ■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 부석사는 경치부터!" 오전 11시, 영주 여행의 백미(白眉) 부석사에 도착했다. 매표소에서 천왕문으로 이어지는 은행나무 길은 노란 카펫을 깔아놓은 듯 화려했다. "야, 공기부터 다르다. 숨 좀 크게 쉬어봐라!"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며 숨이 턱턱 차올랐지만, 친구들의 발걸음은 힘찼다. 마침내 마주한 안양루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바라본 소백산맥의 능선은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웅장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빴던 친구들도 이 순간만큼은 말없이 풍광에 압도되었다.■ 탱글탱글 도토리묵과 고소한 촌두부의 유혹 눈이 호강했으니 이제 입이 호강할 차례. 부석사 관람을 마치고 내려와 인근 식당으로 향했다. "이모님, 여기 안주는 도토리묵이랑 촌두부로 주시고 식사는 정식 주세요! 막걸리도 한 병이요!" 투박하지만 정겨운 촌두부는 씹을수록 고소한 콩 냄새가 입안 가득 퍼졌고, 직접 쑤어 만들었다는 도토리묵은 젓가락을 튕겨낼 정도로 탱글탱글했다. 아삭한 겉절이를 곁들여 두부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산행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친구들과 부딪치는 막걸릿잔 위로 가을 햇살이 부서져 내렸다. ■ "오늘 밤 끝까지 간다!" 인삼 시장과 삼계탕 파티 소수서원 솔숲 길을 걸으며 소화를 시킨 일행은 풍기인삼도매시장으로 이동했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건강한 흙냄새와 쌉싸름한 인삼 향이 코를 찔렀다. "여보, 이거 봐라. 뿌리가 실한 게 아주 제대로다." 가족들 생각에 양손 무겁게 인삼을 산 친구들이 향한 곳은 시장 근처의 삼계탕집.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인삼 삼계탕은 그야말로 보약이었다. 진한 국물에 영주 풍기인삼이 통째로 들어간 삼계탕을 앞에 두고 소주 한 잔을 곁들였다. "자, 우리 우정 변치 말고, 건강 하자! 건배!" 뜨끈한 국물에 소주 한 잔이 들어가니 몸이 후끈 달아오르고, 친구들의 얼굴엔 불그스름한 취기와 함께 웃음꽃이 만발했다. ■ 별이 쏟아지는 밤, `다스림`에서의 휴식 왁자지껄한 저녁을 뒤로하고 도착한 숙소는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 이름처럼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이곳은 숲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도시의 네온사인 대신 쏟아지는 별빛이, 자동차 소음 대신 풀벌레 소리가 친구들을 반겼다. 편백 향 가득한 숙소에 누우니, 낮 동안의 흥분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야, 정말 조용하다. 잠이 절로 오겠는데?" 소주 한 잔의 기운과 숲의 피톤치드가 어우러져, 8명의 친구는 모처럼 뒤척임 없는 달콤한 꿀잠에 빠져들었다. ■ 외나무다리에서 찾은 동심,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이튿날 아침, 무섬마을의 물안개는 몽환적이었다. 폭 30cm 남짓한 외나무다리 위에서 친구들은 가위바위보를 하며 장난을 쳤다. 발을 헛디딜까? 조마조마하면서도 서로의 손을 잡아주는 그 온기가 참 따뜻했다. 마지막 코스인 영주호 용마루공원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1박 2일의 여정을 마무리했다.전통의 멋과 맛, 그리고 완벽한 휴식까지. 영주는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중년들에게 "좀 쉬어가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든든하게 채운 배와 가슴 따뜻한 추억을 안고, 우리는 다시 힘차게 일상으로 돌아갈 에너지를 얻었다.조상배 기자 chobs5078@naver.com
최종편집: 2026-04-20 03:32:08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오늘 주간 월간
제호 : 컬처GB신문본사 : 경상북도 구미시 금오시장로 13(원평동 금오상가 120호)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북, 아00848 등록(발행)일자 : 2025년 07월 14일
발행인 : 조상배 편집인 : 김종화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시온 청탁방지담당관 : 김종화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조상배
Tel : 010-3531-5078e-mail : chobs5078@naver.com
Copyright 컬처GB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