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컬처GB신문]오전 10시, 목포역에 도착하며 여행은 시작된다. 남도의 바람에는 짠 내음과 함께 오래된 이야기의 향기가 묻어난다. 이번 여행은 단순히 풍경을 보는 그것을 넘어,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와 현대의 낭만이 공존하는 목포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여정이다. 뚜벅이 여행자에게도 관대하고, 깊은 맛과 멋이 있는 목포로 떠나보자. 목포역에서 멀지 않은 곳, 언덕 위에 굳건히 자리 잡은 경동성당은 목포 근대 역사의 증인과도 같다. 1954년에 완공된 이 건물은 웅장한 석조 외관이 주는 중후함으로 방문객을 압도한다. 성당 앞 계단을 오르며 마주하는 거친 돌의 질감은 종교적 경건함을 넘어 건축학적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도심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의 평안을 얻기에 더할 나위 없는 시작점이다. 성당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기면 차가운 회색빛이 인상적인 근대역사관 2관(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을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일제 수탈의 상징적인 장소로, 붉은 벽돌의 1관과 달리 서늘한 석조 건물이 주는 위압감이 남다르다. 건물 외벽 곳곳에 새겨진 태양 문양은 제국주의의 상징을 보여주는 듯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내부에 들어서면 당시의 참혹했던 수탈의 역사와 목포 항구의 옛 모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화려한 르네상스식 건축 양식 뒤에 숨겨진 민족의 아픔을 되새기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무게를 느껴본다. 근대역사관을 나와 조금만 걷다 보면 도로 원표, 즉 국도 1호선과 2호선의 기점 기념비를 만날 수 있다.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1호선과 부산으로 향하는 2호선이 이곳 목포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은 목포가 단순한 항구 도시가 아니라 한반도 교통의 시발점임을 상기시킨다. 비록 지금은 갈 수 없는 북녘땅이지만, 언젠가 도로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기념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겨본다. 오전 내내 역사의 길을 걸었다면, 이제는 `맛의 도시` 목포를 즐길 차례다. 점심 메뉴는 목포 앞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갈치조림이다. 두툼한 갈치살에 매콤하고 짭조름한 양념이 깊게 배어들어, 감칠맛이 폭발한다. 양념을 머금은 무와 함께 하얀 쌀밥 위에 갈치살을 얹어 먹으면 그야말로 밥도둑이 따로 없다. 남도의 인심이 느껴지는 푸짐한 한 상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니, 오후의 유달산 등반도 문제없다.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목포의 영산(靈山), 유달산으로 향한다. 해발 228m로 그리 높지 않지만,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산세는 그 어떤 명산 못지않다. 노적봉을 지나서 산 중턱에 오르면 목포 시내와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해가 질 녘,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넘어가는 낙조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다. 붉은 태양이 다도해 너머로 사라지는 장엄한 광경은 여행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목포는 또 다른 옷을 입는다. 국내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목포 해상케이블카에 몸을 싣는다. 유달산 승강장에서 출발하여 바다를 건너 고하도까지 이어지는 코스는 마치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함을 선사한다. 발아래로는 칠흑 같은 밤바다 위로 목포대교의 조명이 별처럼 빛나고, 항구의 불빛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목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화려한 야경 감상을 마치고 내려오니 어느덧 귀경 시간이 다가온다. 기차에 오르기 전, 짧지만, 강렬했던 하루를 완벽하게 마무리할 메뉴는 목포의 진미, 홍어삼합에 막걸리다. 코를 톡 쏘는 알싸한 홍어 한 점에 부드럽게 삶아낸 돼지고기 수육, 그리고 깊은 맛이 밴 묵은김치를 겹쳐 한입에 넣는다. 여기에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면 여행의 피로가 씻은 듯이 풀려나간다. 이 강렬하고도 구수한 맛의 조화야말로 목포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오후 8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10시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목포가 건네준 역사의 깊이와 맛깔난 낭만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조상배 기자 chobs5078@naver.com
최종편집: 2026-04-20 03: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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