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컬처GB신문] "야, 우리 더 늙기 전에 좋은 구경 한번 하러 가야지 않겠나?" 친구 녀석의 툭 던진 한마디가 불씨가 되었다. 어느덧 인생의 황혼기라 불리는 60대 중반. 다들 자식들 건사하고 앞만 보고 달리느라 정작 우리끼리의 오붓한 여행은 까마득했다. 그렇게 코흘리개 시절부터 친구였던 `아재` 넷이 의기투합해 충북 제천으로 핸들을 잡았다. 이번 여행의 모토는 거창한 관광보다는 그저 잘 먹고, 잘 자고, 푹 쉬는 `힐링`이다. ◇ 금강산도 식후경, 옥순봉의 절경과 막걸리 한 잔 제천에 도착하자마자 허기진 배부터 채웠다. 약채락 밥상으로 든든하게 배를 불리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소화도 시킬 겸 첫 코스로 잡은 곳은 옥순봉이다. "야, 여기 산세가 죽순처럼 쭉쭉 뻗은 게 기가 막히네." 해발 283m라기에 만만하게 봤는데, 옥순봉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비 온 뒤 솟아난 죽순처럼 희고 푸른 봉우리가 청풍호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었다. 60대 관절에도 무리 없는 완만한 코스라, 뒷짐 지고 설렁설렁 걷다 보니 어느새 전망대다. 유람선을 타고 물 위에서 올려다보는 구담봉의 석벽은 또 다른 맛이었다. 절경을 안주 삼아 시원한 강바람을 들이키니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했다. ◇ 산야초마을의 하룻밤, 뜨끈한 아랫목의 추억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우리는 수산면 하천리 산야초마을로 향했다. 이곳은 묘한 사연이 있는 동네다. 충주댐 건설로 마을 대부분이 물에 잠긴 아픔을 딛고 자연 치유의 마을로 거듭난 곳이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저녁상이 기다리고 있다. 몸에 좋다는 산야초로 만든 반찬에 지역 특산주를 곁들이니 술이 술술 넘어간다. "건강하자, 친구들아." 오가는 술잔 속에 옛이야기가 안주처럼 깔렸다. 금수산 힐링체험센터 인근의 맑은 공기 덕분인지 취하지도 않는다. 뜨끈한 황토방 아랫목에 등을 지지고 누우니, "애고 시원하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밤새 코를 골아대는 친구 녀석 때문에 잠을 설칠 법도 한데, 오랜만에 맡는 흙냄새와 친구의 숨소리가 외려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 "이거 먹으면 회춘하나?" 약초시장과 엑스포공원 나들이 이튿날 아침, 개운하게 눈을 떴다. 둘째 날 일정은 쇠해가는 기력을 보충하는 `건강 투어`다. 제천 약초시장에 들어서니 입구부터 쌉싸름한 한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여가 우리나라 3대 약령시장 아이가. 황기가 그리 좋다던데." 전국 황기 유통량의 80%가 여기서 나온단다. 집에 있는 마누라 생각에, 또 내몸 챙길 요량으로 질 좋은 황기와 감초를 한 봉지씩 샀다. 상인들이 "이거 달여 먹으면 십 년은 젊어진다"라며 너스레를 떠니 지갑이 절로 열린다. 인근 한방바이오엑스포공원까지 둘러보고 나니, 콧속까지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 의림지 솔밭 길 걷고, 고소한 빙어튀김으로 마무리 여행의 대미를 장식한 그곳은 천년의 저수지, 의림지다. 신라 진흥왕 때 우륵이 둑을 쌓았다는 전설이 서린 이곳은 늙은 소나무와 수양버들이 어우러져 운치가 그만이다. "저기 용추폭포 물 떨어지는 것 좀 봐라. 속이 다 시원하네." 나무 데크 길을 따라 걸으며 폭포를 감상하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왔다. 의림지의 별미는 뭐니 뭐니 해도 공어(빙어)다. 식당에 들어가 갓 튀겨낸 빙어튀김과 회무침을 시켰다. 바삭하고 고소한 튀김을 한입 베어 무니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어릴 때 개울가에서 천렵하던 생각 안 나나?" 빙어튀김 하나에 또다시 추억 소환이다.1박 2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먹고 자고 웃으며 보낸 시간은 그 어떤 보약보다 값진 선물이었다. 일상에 지쳐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주저 말고 제천으로 오시라. 맛깔난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 그리고 옥순봉의 절경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조상배 기자 chobs5078@naver.com
최종편집: 2026-04-20 02: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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