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대문호 밀란 쿤데라는 그의 첫 장편 소설 『농담』에서 주인공 루드비크가 여자 친구에게 보낸 장난 섞인 엽서 한 장이 어떻게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지 세밀하게 묘사했다."낙관주의는 인민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연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이 가벼운 농담은 당시 경직된 체코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반동적 기록`으로 박제되었고, 루드비크는 대학과 당에서 쫓겨나 광산 노동자로 유배된다. 소설 속 이야기는 60여 년 전의 비극이지만, 필자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디지털 세상의 풍경이 이 `농담의 비극`과 묘하게 닮아 있음을 느낀다.기록의 영속성, 사라지지 않는 엽서소설 속 루드비크를 파멸시킨 것은 `기록`이었다. 과거에는 종이 엽서가 그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우리가 무심코 남긴 SNS의 글 한 줄, 단톡방의 농담, 십수 년 전의 댓글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한 번 생성된 디지털 발자국은 망각 되지 않는다. 시대의 공기가 변하면, 과거의 농담은 언제든 현재의 나를 심판하는 서슬 퍼런 칼날로 돌아온다.맥락의 거세와 `디지털 유배`쿤데라가 지적한 가장 큰 비극은 `맥락의 상실`이다. 루드비크의 글은 유머와 반어법이라는 맥락 안에서 읽혀야 했으나, 시스템은 오직 단어 그 자체만을 추출해 낙인을 찍었다.오늘날의 `캔슬 컬처(Cancel Culture)` 역시 이와 유사하다. 특정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의도보다는, 자극적인 한 문장에 집중해 대중적 심판을 내린다. 과거에는 `당(黨)으로부터의 제명`이 사회적 사형 선고였다면, 현대에는 온라인상의 `집단적 매장`이 개인의 삶을 유배지로 보낸다.복수의 허망함, 그리고 기록의 가치소설의 결말에서 루드비크는 자신을 파멸시킨 이들에게 복수하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변해버린 현실 앞에서 복수는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한다. 쿤데라는 이를 통해 인간의 계획이 역사의 거대한 농담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를 보여준다.우리 사회 현장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결과물 뒤에는 수많은 맥락과 실무적 고뇌가 숨어 있다.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현상을 재단하는 것은 루드비크의 엽서를 오독한 검열관들의 오류를 범하는 것과 같다.필자는 <컬처GB신문>을 통해 우리 지역 사회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기획의 구조와 실무자들의 땀방울을 세밀하게 기록하고자 한다. 기록이 누군가를 파괴하는 `농담`이 되지 않도록, 현장의 진실한 맥락을 보존하고 확산하는 그것이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기 때문이다.컬처GB신문 발행인 조상배
최종편집: 2026-04-19 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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