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겨울이면 우리는 비슷한 뉴스를 접한다. 세계의 지도자와 기업인, 지식인들이 스위스의 한 산악 도시에 모였다는 소식이다. 왜 그들은 늘 같은 곳으로 향할까? 그곳에서 오가는 말들은 과연 누구의 삶에 닿고, 또 누구의 일상과는 동떨어져 있을까? 다보스 포럼(WEF)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늘 기대와 냉소가 교차한다.공식 명칭은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지만, 이곳은 사실 ‘세계가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이 집약된 거대한 무대다. 기후 위기, 기술 혁신, 전쟁과 불평등 같은 주제들이 연단에 오르지만, 그 언어는 늘 관리되고 정제된다. 날카로운 현실은 토론의 주제가 될 뿐, 대다수 시민이 느끼는 삶의 온도까지는 내려오지 못한다.과거 다보스는 ‘결정의 장소’였다. 회의실에서 나온 문장 하나가 시장을 흔들고, 공동선언이 국제 질서를 재편할 것처럼 보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그 위상은 달라졌다. 팬데믹 이후 국가들은 자국 중심의 내향적 태도를 보이고, 기술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저만치 앞서 나간다. 회의는 계속되지만, 합의는 느려졌고 실행은 복잡해졌다. 이제 다보스가 시대를 이끄는 곳인지, 아니면 뒤처진 시대를 뒤늦게 해석하는 곳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그럼에도 이 포럼이 무의미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다보스는 지금 인류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모두가 ‘지속가능성’을 말하면서도 성장의 관성을 포기하지 못하고, ‘포용’을 이야기하면서도 자국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한다. 그 모순이야말로 오늘날 세계의 민낯이다. 다보스는 해답을 주기보다, 우리가 어떤 질문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중요한 것은 회의장에서 무엇이 결정되었느냐가 아니라, 왜 마땅한 결정들이 번번이 미뤄지는가에 있다. 다보스 밖의 사람들에게 이 포럼은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다. 하지만 그 거리감 자체가 강력한 메시지다. 세계를 논하는 방식이 특정한 공간과 언어에 갇혀 있는 한, 변화는 공허한 선언으로 남을 뿐이다.다보스는 매년 열리고 질문도 반복된다. 그럼에도 우리가 이 포럼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곳이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창(窓)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그 창이 바깥의 차갑고 치열한 공기를 얼마나 들여보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컬처GB신문 발행인 조상배
최종편집: 2026-04-20 0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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