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를 넘기며 잘살아 보자고 외치던 시절부터, 손안의 기기 하나로 온 세상을 연결하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지난 75년은 한국 현대사의 거친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일궈낸 풍요의 연대기였다. 그러나 생의 정점에서 돌아본 지금, 역설적으로 우리는 그 풍요의 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직감한다.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첫째, 결핍이 사라진 자리에 정서적 빈곤이 들어섰다.과거의 풍요는 무언가를 채워가는 기쁨이었다. 비어 있던 쌀독이 차오르고, 자식들이 공부를 마치는 구체적인 성취가 우리를 웃게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풍요는 과잉의 늪에 빠져 있다. 무엇이든 쉽게 얻고 쉽게 버려지는 시대, 우리는 물건의 귀함과 사람의 온기를 잊어가고 있다. 배고픔은 해결되었을지언정 정서적 허기는 오히려 깊어졌다.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이 갈증이 우리를 풍요의 종말 앞에 서게 한다. 둘째, 공동체의 풍요가 개인의 고립으로 변했다.우리는 마을 전체가 아이를 함께 키우고 대소사를 나누던 공동체의 풍요를 기억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각자의 섬에 가두었다. AI와 로봇이 노동을 대신하며 편의는 극대화되었지만, 이웃의 안부를 묻던 담벼락은 사라졌다. 나 홀로 누리는 풍요는 결코 지속 가능한 행복이 될 수 없음을, 75년을 살아온 지혜는 이미 알고 있다. 셋째, 자연과 미래를 빌려 쓴 대가를 치르고 있다.우리가 누려온 풍요는 사실 지구의 자원과 미래 세대의 몫을 미리 당겨쓴 결과였다. 기후 위기와 인구 절벽이라는 성적표는 이제 더 이상의 무한 성장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 75년 전 산천의 맑은 물과 흙냄새를 기억하는 세대에게, 오늘날의 인공적인 풍요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처럼 위태롭기만 하다.혹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북극항로가 열리면 우리에게 또 다른 엄청난 기회가 올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사라진 지구에서 기술적 번영과 경제적 이득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이제 성장을 넘어 성숙의 시대로 가야 한다.풍요의 시대가 끝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얼마나 더 가졌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나누고 머무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성숙의 시대가 왔다.75년을 살며 겪어온 수많은 시련이 그러했듯, 풍요의 황혼 역시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물질의 화려함이 저문 자리에 정신의 깊이가 뿌리내리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컬처GB신문이 추구하는 진정한 문화의 향기가 이 메마른 시대를 다시 따뜻하게 채우기를 소망해 본다.   컬처GB신문 발행인 조상배
최종편집: 2026-04-20 02:03:16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오늘 주간 월간
제호 : 컬처GB신문본사 : 경상북도 구미시 금오시장로 13(원평동 금오상가 120호)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북, 아00848 등록(발행)일자 : 2025년 07월 14일
발행인 : 조상배 편집인 : 김종화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시온 청탁방지담당관 : 김종화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조상배
Tel : 010-3531-5078e-mail : chobs5078@naver.com
Copyright 컬처GB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