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어디냐"라는 물음에 선뜻 답하기 어려워진 시대입니다. 기성세대에게 고향이 태어나 자란 뿌리이자 언젠가 돌아가야 할 근원적인 안식처였다면, 오늘날 젊은 세대에게 고향은 전혀 다른 의미로 재정의되고 있습니다.이제 고향은 태생적으로 주어진 운명이라기보다, 본인의 의지로 선택하고 애착을 쌓아가는 `로컬(Local)`로서의 성격이 짙어졌습니다. 과거의 고향이 정서적 향수와 혈연·지연의 집합체였다면, 지금 청년들이 바라보는 고향은 자신의 삶을 직접 기획하고 실현할 `기회의 공간`이자 `취향의 거점`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태어난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물리적 탄생지가 아닌, 자신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이 일치하는 장소에 심리적 닻을 내린다는 점에 있습니다. 명절마다 의무감으로 내려가던 과거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자신이 애정을 느끼는 지역에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모습이 이를 방증합니다.기술의 발달로 장소 제약 없이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들은 대도시의 번잡함 대신 지방 도시의 여유를 선택하며, 그곳을 자발적인 `제2의 고향`으로 삼기도 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의 등장, 지방 소멸이라는 어두운 전망 속에서도 고향을 새롭게 해석하는 청년들의 움직임은 희망적입니다. 이른바 `로컬 크리에이터`라 불리는 이들은 고향을 단순히 지켜야 할 유산을 넘어 혁신적인 스타트업의 무대로 활용합니다.낡은 양조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거나, 지역 특산물을 현대적 감각으로 브랜딩하며 지역의 고유한 색깔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습니다. 이들에게 로컬은 정체된 과거가 아니라 창의적인 영감을 주는 `현재 진행형의 공간`입니다.
연결된 공간으로서의 미래, 결국 젊은 세대가 꿈꾸는 고향은 고립된 시골 마을이 아니라, 온오프라인으로 세상과 소통하면서도 지역 특유의 따스함을 간직한 `연결된 공간`입니다. 기성세대가 물려준 토대 위에 청년들의 감각이 덧입혀질 때, 고향은 소멸의 대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삶의 터전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이제 우리는 "어디서 왔느냐"라는 과거형 질문 대신, "당신은 어디에서 누구와 연결되고 있느냐"라는 현재형 물음을 던져야 합니다.딸아이가 손자에게 산후조리원을 가리키며 "너는 저기가 고향이야"라고 말하는 풍경 앞에, 시대의 변화가 가슴 한구석을 싸하게 스쳐 지나갑니다. 고향은 이제 발이 닿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곳으로 흐르고 있습니다.컬처GB신문 발행인 조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