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늘 첫 봄소식을 기다립니다. 화려한 꽃들이 만개하기 전, 가장 먼저 찬 공기를 뚫고 피어나는 매화는 단순한 꽃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광양 다압면의 황무지 야산이 오늘날 `매화꽃 천국`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과정에는 한 사람의 집념과 자연이 빚어낸 소박하지만, 위대한 서사가 담겨 있습니다.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소박한 진심. 광양매화축제의 시작은 화려한 기획이 아닌, 50여 년 전 이곳으로 시집온 홍쌍리 여사가 황무지에 심기 시작한 매화나무 한 그루였습니다. 밤나무골이었던 거친 산비탈을 일궈 매화마을을 만든 그 진심이 오늘날 수많은 이들을 불러 모으는 힘이 되었습니다.매화는 결백과 미덕이라는 꽃말처럼 전혀 요란하지 않습니다. 추위를 이기고 피어나는 그 기개가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여겨졌던 것처럼, 화려한 색채보다는 은은한 향기와 단아한 자태로 봄을 알립니다. 분홍매화와 만첩매화가 어우러진 풍경은 인위적인 장식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자연 본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축제 현장으로 떠나기 전, 우리가 갖춰야 할 `마음의 준비`! 광양은 지리적으로 볼 때 수도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 접근하기에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최근 빅데이터 분석 결과 원거리 방문객이 급증하며 `대한민국 빅데이터 축제대상` 최고인기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 먼 길을 떠나기 전, 우리는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까요?
기다림을 즐기는 여유! 먼 이동 거리와 수많은 인파는 축제의 일부입니다. 단순한 관광을 넘어 한 여성이 일궈낸 50년의 세월을 마주하러 간다는 인내와 설렘의 마음이 필요합니다.보는 축제에서 느끼는 문화로! 단순히 꽃 앞에서 사진을 남기는 `관람형` 태도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매화라는 주제가 지닌 정체성을 이해하고, 그 속에 담긴 문화적 가치를 음미하려는 자세가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자연에 대한 예의! 매실은 우리에게 소화에 좋은 건강한 선물을 주기도 합니다. 봄의 전령사가 내어준 길을 걷는 만큼, 자연을 아끼고 보존하려는 성숙한 시민 의식이 축제의 지속 가능성을 완성합니다.척박한 야산을 매화꽃 천국으로 바꾼 것은 긴 시간의 인내였습니다. 이번 봄, 광양의 매화길을 걸으며 우리 마음속에도 소박하지만, 단단한 희망의 꽃씨 하나 심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컬처GB신문 발행인 조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