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은 봄을 가리키고 있지만 몸은 이미 초여름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외투를 고를 틈도 없이 가벼운 옷차림을 서두르게 되는 요즘은 계절의 순서가 뒤섞이고 있다는 사실을 일상에서 먼저 체감하게 됩니다. 이상 고온 현상은 이제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온 현실이 되었습니다.우리는 오랫동안 더 빠르고 편리하며 더 많이 소비하는 삶을 당연하게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이 정한 속도를 따라오지 않습니다. 본래 봄은 서두르지 않는 계절입니다. 싹이 트고 꽃이 피며 열매를 준비하는 과정이 차근차근 이어지는 기다림의 시간입니다. 그 소중한 시간을 압축해 버린 것은 자연이 아니라 어쩌면 인간의 욕심일지도 모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삶의 속도를 다시 조절해야 합니다. 덜 쓰고 아끼며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일은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계절을 지키려는 생활의 태도입니다. 자연을 보호하자는 목소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의 작은 절제와 실천입니다.또한 계절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 모두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적응 기간이 짧아지면 누구를 막론하고 몸이 계절을 따라갈 시간을 잃게 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리한 활동이 아니라 규칙적인 생활입니다. 아침 햇빛을 받으며 걷고 물을 충분히 마시며 정해진 시간에 쉬는 단순한 생활이 오히려 가장 강한 건강법이 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계절을 즐기는 대상으로만 바라보았습니다. 꽃이 피면 구경하고 날씨가 좋으면 여행하며 자연을 하나의 소비재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계절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자연은 배경이 아니라 우리가 의지하며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기 때문입니다.봄이 짧아졌다는 사실을 아쉬워하기 전에 우리의 삶이 너무 앞서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계절은 말이 없지만 변화를 통해 분명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방식으로 계속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지속 가능한 삶으로 방향을 바꿀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사라져가는 봄을 붙잡는 방법은 대단한 대책이 아니라 우리의 하루를 조금 느리게 살아가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지켜야 할 가장 현실적인 책임이자 의무일 것입니다.컬처GB신문 발행인 조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