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다 보면 수없이 많은 포스터를 마주친다.  건물 벽에, 전봇대에, 지하철 통로에, 학교 게시판에. 어떤 포스터는 눈길을 붙잡고, 어떤 포스터는 조용히 스쳐간다. 사람들은 그것을 ‘그림’으로 보지만, 사실 포스터는 거리 곳곳에 붙은 ‘언어’다. 말 없는 듯 말 많은 그것은 지금 이 사회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포스터는 늘 시대의 얼굴을 닮는다. 선거철이면 구호가 요란한 정치 포스터가 거리를 점령하고, 여름이면 음악 페스티벌과 연극 공연을 알리는 화려한 문화 포스터가 거리의 분위기를 바꾼다. 백신 접종, 기후 위기, 아동 학대 예방 등 공익 포스터는 말보다 강한 이미지 한 장으로 마음을 흔든다. 우리는 매일 그것들과 마주치고 있지만, 그것을 ‘본다’고 하면서도 ‘읽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포스터는 단순한 광고물이 아니다. 누가 만들었고, 누구에게 말하고 있으며, 왜 지금 이 장소에 붙어 있는가를 물으면, 거기엔 그 사회의 지향과 가치, 그리고 권력의 시선이 스며 있다. 어떤 포스터는 공감과 연대를 이끌고, 또 어떤 포스터는 선정적이고 왜곡된 시선으로 소비를 유도한다. 그 미묘한 경계를 읽어내는 눈이 필요하다. 디자인과 문구는 단지 꾸밈이 아니다. 어떤 색을 썼는지, 어떤 단어를 강조했는지, 시선의 동선을 어떻게 구성했는지에 따라 포스터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만든다. 이는 마치 신문 기사의 제목이 프레임을 결정하듯, 포스터도 이미지와 글자의 배치로 의도를 말없이 설파한다. 그래서 포스터를 ‘읽는’ 것은 이미지 뒤에 숨겨진 목적과 감정을 해석하는 일이다.   ‘보고 읽기’는 익숙함을 낯설게 보는 일이다. 포스터는 거리를 구성하는 시각 정보의 일부지만, 동시에 우리 사고의 방향을 조종하는 은밀한 안내자이기도 하다. 우리는 광고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포스터에 노출되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 목적과 구조를 되묻는 순간 비로소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비판적 시민으로 이동하게 된다. 앞으로 거리를 걷다가 포스터를 마주할 때, 한 번쯤 멈춰서 보자. 그리고 묻자. 이 포스터는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 말에 나는 동의하는가, 거부하는가. 그렇게 하나의 그림을 읽는 일이, 결국은 사회를 읽는 일이 된다.2025년 9월 21일칼럼니스트 [편집인 김종화]
최종편집: 2026-04-20 0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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